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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ecial[Vol. 001] 신경은 생각보다 튼튼하다.
    • 2019.01.22
    • 조회수 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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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은 생각보다 튼튼하다.


침, 도침으로 인한 신경 손상 가능성과 치료술로서의 신경자극


침(鍼)이나 도침(陶鍼)으로 근골격계 통증 환자를 치료할 때, 꼭 특정 목표물까지 깊게 들어가서 치료해줘야만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가령 경추의 후관절(facet joint)이나 사각근(scalene), 요추의 장요근(iliopsoas) 등을 침으로 자극해야 할 수도 있고, 수근관 증후군(Carpal Tunnel Syndrome, CTS) 치료를 위해 도침으로 횡수근인대(transverse carpal ligament)를 절개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다들 한 번씩 가지는 의문이 있습니다. ‘과연 침(혹은 도침)은 신경에 닿아도 안전할까? 신경이 손상되지 않을까?’하는 의문입니다. 

 


침이 신경(nerve)에 닿아도 안전한 걸까요?

하지 방사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일부러 환도혈(環跳穴)을 심자(深刺)하여 좌골신경(sciatic nerve)을 자극했을 때 치료 효과를 본다는 원장님들도 있고, 소부혈(少府穴)에 침을 놓은 이후 손끝까지 찌릿한 느낌을 몇 주간 호소하는 환자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는 원장님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침은 주사(needle) 등 다른 침습적인 통증 치료도구들에 비해 안전한 편에 속합니다. 하지만 침이 신경손상이나 혈관손상 등 크고 작은 문제들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더욱이 요즘 근골격계 통증 치료에서 주목받고 있는 도침 치료는 침보다 인체 조직 손상에 대한 위험이 더욱 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경자극술(peripheral nerve stimulation)이라는 치료법이 있을 만큼, 신경 역시 건드릴 땐 건드려 줘야 그 치료효과가 발휘되기도 합니다. 오늘 글에서는 그래서 아래 4가지 주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번 호에는 1, 2만 실립니다.)
 

1. 신경, 침(도침)으로 건드려도 안전한가? (Bigeleisen 박사의 용감한 실험)
2. 논문으로 보는 신경 손상 사례, 이러면 위험하다. (액와신경(axillary nerve) 손상 케이스)
3. 안전한 치료를 위한 도침, 침 자입법(刺入法)
4. 치료로서의 신경자극의 의미 (신경자극 침이 리도카인(lidocaine)보다 치료효과가 우수하다.)



1. 신경, 침(도침)으로 건드려도 안전한가? (Bigeleisen 박사의 용감한 실험)1)

말초신경은 대략 50%가 신경다발이고 50%가 지방과 결합조직이다. 그래서 설령 신경을 뚫거나 자극한다고 해도, 바로 뉴런을 손상시키기는 어렵다.

 



Figure 1. Nerve Trunk from ClipArt ETC

A : 각각의 신경 다발은 신경주위막(perineurium)이라는 특수한 막을 가진다.
B : 신경 섬유
Nf : 신경내막(epineurium)에 의해 구분되어 있는 신경
L : 림프 공간, Ar : 동맥, V : 정맥, F : 지방

 


주사(needle)나 침으로 인한 신경 손상은 양방에서도 논란의 주제였습니다. 주사로 인한 신경손상 사고가 가장 많이 나는 곳은 아무래도 마취과일 것입니다. 마취과에서는 마취를 위해 신경 주위에 마취액을 주사하는 신경 차단술(peripheral nerve block)을 많이 시행하게 되고, 그 시술을 위해선 필연적으로 신경 주위에 바늘을 넣어야 합니다. 심지어 바늘로 일부러 신경을 건드리는 ‘이상감각 유발법’을 통해 해당 신경 위치를 확인하고 마취약을 주사하기도 합니다.

그 중 사고가 가장 많이 나는 시술은 액와 상완신경총 차단술(axillary nerve block)입니다. 이 부위는 상지의 수술을 위해 가장 많이 마취를 하는 곳입니다. 가장 많이 쓰이는 이유는 사각근간이나 쇄골 하면에서 마취하는 것보다 위험성이 낮고 안전해서입니다. 하지만 많이 쓰이는 만큼 그로 인한 신경 손상 사고가 많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그에 관한 연구도 많이 이뤄졌습니다.

그러던 2006년, 미국의 마취과 의사인 Bigeleisen 박사는 용감한 실험을 단행합니다. 초음파 유도(ultrasound-guided) 하에 환자들의 신경을 모두 뚫어 마취하고, 실제로 신경을 뚫는 행위 자체가 신경 손상을 일으키는지 지켜본 것입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총 26명의 환자 중 22명의 신경을 뚫었으며 21명에게는 신경 내에 주사를 실시했지만, 신경 손상이 발생한 환자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박사는 이 실험을 통해 ‘신경을 바늘로 자극 하는 행위’는 안전하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동일한 논문에서 이것이 안전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1. 니들이 신경을 싸고 있는 근막을 건드리면, 신경은 옆으로 1~2cm 정도 움직인다. (as the needle touches the nerve, the nerve moves 1 or 2 cm before the needle pierces an anatomical structure that may be the fascia.)

2. 근피 신경의 손상 발생률은 가장 낮다. 아마도 근피신경의 직경이 가장 가늘어 뚫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The incidence of nerve puncture was lowest for the musculocutaneous nerve. This is most likely because the musculocutaneous nerve is the smallest in diameter and therefore the most difficult to puncture.)

3. 말초신경의 단면상 대략 50%가 신경다발이고, 50%는 지방과 결합조직이다. 그러므로 신경을 뚫는다 해도 바늘이 뉴런이나 신경다발에 닿지 않을 확률이 높다. (Finally, the cross section of a peripheral nerve is comprised of approximately 50% neurons and 50% fat and connective tissue. Thus, there is a significant probability of puncturing a peripheral nerve without contacting a fascicle or damaging the neurons.




Figure 2. Needling toward median nerve through transverse carpal ligament

 

 

저 역시 수근관 증후군을 치료할 때, 도침으로 인대를 절개하고 정중신경(median nerve)을 직접 자극하여 찌릿한 감각을 유발함으로써 포착(entrapment) 부위의 절개 여부를 확인합니다. 마찬가지로 족근관 증후군(tarsal tunnel syndrome)을 치료할 때 역시 경골신경(tibial nerver)에 자극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도침을 자입(刺入)하는 편입니다. 

 



Figure 3. 경골신경(tibial nerve) 자입(刺入) 깊이와 신경 손상에 관한 연구

족근관 증후군(tarsal tunnel syndrome) 치료시 도침으로 직접 경골신경(tibial nerve)을

자극하여 치료하였고, 그때 자입된 도침의 깊이를 기록하기 위해 침을 구부려 두었다.

이 연구 중 신경손상 증상을 호소한 환자는 없었다. by 윤상훈

 

 

두 질환을 치료할 때에 있어서 자입 깊이와 신경 손상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논문을 쓰기 위해 수근관(carpal tunnel)의 경우 총 11명을 대상으로 신경자극 후(3번째 손가락 끝까지 찌릿한 느낌) 발침(拔鍼)하여 자입 깊이를 확인하였고, 족근관(tarsal tunnel)의 경우 총 10명을 대상으로 신경자극 후(발바닥으로 퍼지는 찌릿한 느낌) 자입 깊이를 확인하였습니다. 그 결과 신경손상이 발견된 경우는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도침이나 주사로 건드린다 해도 신경은 손상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명 침을 맞고 난 뒤 신경 손상 증상(해당 신경 지배 부위의 찌릿하거나 저린 감각의 지속, 근력 저하)을 호소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증상은 왜 생기는 것일까요? 아래 논문과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2. 논문으로 보는 신경 손상 사례, 이러면 위험하다. (액와신경(axillary nerve) 손상 케이스)

첫 번째 논문은 가톨릭 의과대학 마취과에서 쓰여진 ‘액와 상완신경총 차단 후 발생한 지속적 상완신경총 손상’이라는 논문2)입니다. 중요 내용만 살펴보겠습니다.

 

대흉근 외측으로 액와동맥을 촉지한 후 23G 나비바늘을 이용하여 액와동맥을 천자하고 바늘을 조금 더 전진시켜 혈액이 나오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 2% Lidocaine 20ml와 0.5% Bupivacaine 20ml를 혼합한 용액을 주입하였다. …… 마취제 주입 중 환자는 우상지의 감각 이상과 통증을 호소하였으나 마취 작용에 의한 것으로 생각하고 계속 주입하였다.

수술 후 환자에게는 수술 부위의 감각저하 이외에 특이한 사항이 없었으나, 수술 후 11일 째 우수부(右手部)와 전박(前膊)의 요골신경 지배부위에 통증과 감각이상, 견관절의 외전 제한, 주관절의 신전제한, 손목 관절의 신전 제한(wrist drop)을 호소하였다.

…… 액와접근법에 의한 상완신경총 차단술 후 신경 손상의 원인은 크게 신경차단술과 관련된 손상, 지혈대에 의한 손상, 부적절한 체위에 의한 손상, 기타 이미 존재하는 신경 손상 등이 있을 수 있다. 우선 신경차단술과 관련된 손상으로는 주사바늘에 의한 직접 손상이나, 약제의 신경내 주입, 신경주위강에 독성 물질의 침착, 영양 혈관의 경련이나 혈전 형성, 약제 속에 포함된 혈관 수축제에 의한 조직의 허혈 등이 있을 수 있다.

……  일반적으로 짧은 사단(斜斷)의 바늘을 신경 섬유 방향과 평행하게 삽입하는 것이 신경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바람직하다 하겠다. 본 증례에서 사용한 23 G 나비바늘은 사단은 길으나 바늘길이가 짧아(3/4 inch) 사단면(斜斷面)을 신경섬유와 평행하게 삽입하기가 용이하지 않았다. 신경 내 약제 주입 시 신경 내 압력의 증가로 신경허혈이 올 수 있고 극심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데 본 증례에서는 환자가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지는 않았으나 환자가 표현한 통증 및 감각이상에 대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 그러므로, 신경차단술 시 사단이 짧은 바늘을 신경 주행방향과 평행하게 삽입하여 주사 바늘에 의한 신경 손상을 줄여야 하고, 약제 주입 시 잦은 문진(問診)과 이에 따른 적절한 조치로 신경 내 주입을 방지해야 한다. 또한, 과도한 지혈대 압력을 피하고 자주 점검하며 상지의 과도한 외전을 피하고 어깨가 흉벽보다 아래로 처지지 않도록 주의하여 이에 따른 신경 손상을 예방해야 한다.


결국 이 논문에서 사고를 일으킨 원인은 마취 시 바늘의 사단면(斜斷面) 방향이 신경과 평행하게 들어가지 못한 점,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마취제를 주입한 점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논문은 동국대학교 마취과에서 보고한 ‘상완신경총 차단 후 발생한 선택적 정중신경의 손상’이라는 증례 보고3)입니다.

 

액와접근법에 의한 상완신경총 차단술 후 정중신경만 신경 손상이 발생하여 7주간 계속된 이상감각증상을 호소하는 증례가 발생하여 그 경험을 보고하는 바이다. 



환자는 수술 3시간 후 상완의 마취가 풀리면서부터 제 3지 수술부위에 저릿한 느낌을 호소하였고, 팔꿈치에 자극이 가면 액와 부위부터 손끝까지 저릿한 감각이 심해진다고 호소하였다. …… 그러나 2~3일 후에도 증상이 계속되어 재활의학과에 의뢰, 치료를 시작하였다. …… 21일째 근전도 검사를 시행하였다. 검사결과 정중신경의 운동, 감각신경의 활동전위 의 진폭의 감소 및 정중신경의 지배를 받는 무지외전근과 요측 수근굴근의 신경지배 제거(denervation) 소견이 나타나, 우측상완신경총의 정중신경 분지부위에서의 신경 손상으로 확진되었다. 수술 7주 후 환자의 비협조로 근전도는 시행하지 않았으나 증상이 소멸되어 치료 종료 하였다.

본 시술에서 바늘의 사단면을 신경섬유 방향과 평행하게 진행시키면서 동맥을 관통하기엔 어려움이 있어 주삿바늘 사단을 신경섬유 방향과 직각으로 진행시켜 동맥을 통과하였다. 신경섬유와 직각방향으로 주삿바늘 사단을 진행시킬수록 심한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되어있다.

신경차단술 시에는 마취약제를 0.5ml 시험주사하여 통증유무로 신경 내 주사여부를 검사한 후 정량 주사하는 것이 원칙이며, 마취약제의 주입 시 지속적 통증을 호소한다면 신경 손상을 염두에 두고 바늘의 위치를 반드시 재조정해야 한다.


위 두 논문에 의하면, 신경 손상을 일으킨 공통적인 원인은 ‘신경 주행방향과 수직으로 들어간 바늘 사단면(斜斷面)’과 ‘환자가 통증을 호소함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약물주입’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도침안전수칙에서도, 신경 주행방향과 평행하게 칼날방향을 맞추는 것을 ‘정향(定向)’이라고 하여 이를 매우 중요시합니다.


침으로 인해 신경이 손상된 케이스들은 신경을 자극한 상태에서 유침(留鍼)했던 경우였습니다. 실제로 침으로 인한 신경 손상이 자세히 보고된 논문은 2개입니다. 그러나 이는 모두 해외사례로, 사용된 침의 특성이나 침을 놓는 방식이 한국과 매우 다릅니다. 

 

첫 번째 논문은 침으로 인해 정중신경 마비증상이 발생한 케이스4)인데, 이것은 부서진 침 조각이 정중신경을 계속 자극해 수술로 제거한 사례입니다. 침이 부러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해외사례라는 점을 고려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두 번째 논문은 양릉천(陽陵泉) 자침 후 비골신경(peroneal nerve) 마비로 인해 족하수(food drop)가 발생한 케이스5)입니다. 여기에서도 역시 신경 자극 증상이 있었음에도 90분 동안이나 유침했다고 합니다. 국내의 상식을 약간 벗어난 침법(鍼法)인 것 같습니다. 결국 이 치료 후 환자는 통증과 함께 비골신경 마비증상을 보였습니다.

저 역시도 하지 방사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환도혈에 자침하여 좌골신경을 자극하는 치료방식을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경자극 후 바로 빼거나 뒤로 크게 후퇴시키므로 신경 손상을 발생시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계속 찌릿한 느낌이 있는지, 아니면 한번 찌릿하고 말았는지 환자에게 꼭 확인하여 신경 손상 여부를 체크하고 넘어갑니다.

침 치료 중 환자가 신경자극 증상을 보였을 때 바로 빼거나 침을 후퇴시키면 침으로 인한 신경손상 사고가 발생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도침 역시 날의 방향을 신경과 평행하게 유지시킨 상태에서 천천히 자입하한다면 설령 신경에 닿더라도 신경을 손상시킬 염려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치료에 있어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다음 호에선 안전한 침, 도침 치료를 하기 위한 매뉴얼과 신경손상 발생 시 대처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리도카인(lidocaine)과 신경자극 침술을 비교한 논문을 통해 ‘침술의 위대함’ 역시 함께 알아볼 계획입니다. 감사합니다.

 

 

글_윤상훈

익산 바로스 한의원

도침학회이사

 

 

 

참고문헌

 

1) Bigeleisen PE. Nerve puncture and apparent intraneural injection during ultrasound-guided axillary block does not invariably result in neurologic injury. Anesthesiology. 2006; 105(4): 779-83.
2) 정현주, 임경실, 홍상현, 등. 액와 상완신경총 차단 후 발생한 지속적 상완신경총 손상-증례보고-. 대한마취과학회지. 2006; 50(6): 718-22.
3) 김미운, 김형태, 김태환. 상완신경총 차단술 후 발생한 선택적 정중신경의 손상-증례 보고-. 대한마취과학회지. 2000; 38(4): 753-7.
4) Southworth SR, Hartwig RH. Foreign body in the median nerve: a complication of acupuncture. J Hand Surg Br. 1990; 15(1): 111-2.
5) Sobel E, Huang EY, Wieting CB. Drop foot as a complication of acupuncture injury and intragluteal injection. J Am Podiatr Med Assoc. 1997; 87(2): 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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