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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cholarship니들은 욕을 해야 알아먹어
    • 2025.12.15
    • 조회수 7
  • 2025.12.15 조회수 7

니들은 욕을 해야 알아먹어

 

비속어로 다시 읽는 일본 임상 논문 시리즈

방풍통성산의 체중감량기전, 식욕억제와 thermogenesis

 

 

 

 

※ 이 코너는 욕설로 논문을 손쉽게 설명해주는 콘셉트의 코너입니다. 저급한 비속어 표현이 불편하신 분들을 이 코너를 읽지 말아주세요. 그런데 이렇게 적으면 더 읽고 싶겠죠? ㅜ

 

안녕? 저번 호에 이어 또 나야. 욕쟁이 은하수별. 난 댄디하고 지적인 이미지를 갖고 싶은데 편집장이 자꾸 이런 걸 시키네. 괜찮아. 필명은 그러라고 있는 거니까~ 변명하는 건 아니고 이런 종류의 글이 말투까지 지루하면 정말 읽기 괴롭다고.

 

벌써 On Board 여름호가 나왔어. ‘여름’ 하면 물놀이와 수영복의 계절! 남녀 모두 몸매를 가다듬는 시기라고 할 수 있지. 계속 뚱뚱하다가 여름이 되면 유독 뚱뚱한 자신을 용납하지 못하는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것 같아. 포기하면 편한데 말이야. 그냥 본인들의 후덕하고 푸짐한 뱃살을 ‘부의 상징’이라고 여기면 안 되나? 갑자기 신혼 때 몸짱 헬스트레이너한테 눈탱이 맞고 와이프랑 함께 헬스장 2년 약정으로 끊고 다섯 번밖에 안 갔던 게 생각나네. 젠장, 어차피 틀려먹은 몸뚱아리 그 돈으로 소고기나 몇 번 더 사 먹을걸….

 

사실 대부분의 한의사들에게 비만 관리란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거지. 왜 그 많은 여자 분들이 그렇게 다이어트에 집착하게 되는지, 내가 결혼하고 돼지가 되어 보니 알겠더라고. 다이어트라는 게 원래 뒤지게 힘든 거잖아. 그런데 먹는 양도 그대로, 활동하는 양도 그대로 두고 약만 먹어서 살이 쭉쭉 빠진다? 이거 진짜 졸라 킹왕짱인 거거든. 밤마다 치맥 파티와 삼겹살 소주 파티를 벌여도 살이 찌지 않는다고 생각해봐. 상상만으로도 너무 즐겁지 않아? 그래서 양약 중 아주 획기적인 게 나왔었지. 그 이름도 유명한 제니칼! 지방을 흡수시키지 않고 그대로 쭉 배설시킨다는 정말 단순한 사고방식으로 만들어진 약이야. 나도 처음 들었을 때는 ‘와 정말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아버지가 그 약을 처방 받아 먹도록 부추겼지. 왜? 난 효자니까….

 

 

어떠한 쌈박한 효과가 있을까 기대되어 설레어하며 아버지께 약효에 대해 여쭤봤더니 결과는 휴…. 생각하기도 끔찍했어.

 

“아들아, 이 약 뭐니. 팬티에 기름 똥 묻을까 봐 걱정된다.”

 

아 더러워. 레알 극혐. 배에 가스도 잘 차고 웃다가 방귀 뀌면 똥기름 방귀 나갈까 봐 탈모에 우울증 걸릴 거 같다고 하더라고. 이거 뭔가 딱 비상식적이라는 느낌 들지 않아? 상식이 통하는 세상 만들어야 하잖아. 한의사들도 그런 방식으로 환자들 살 빼줄 수는 없는 거잖아.

 

 

그래서 어떻게 살을 빼줘야 할까, 어떻게 빼줘야 잘 빼줬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경험이 없으니까 자꾸 마황(麻黃)에만 의지하고 싶은 욕구가 강력하게 샘솟게 되지. 그런데 강한 체중 감량을 위해 마황을 계속 증량하자니 겁이 난단 말이야. 그래서 그 다음에는 이 처방, 저 처방 효과 좋은 처방을 찾아 하이에나처럼 인터넷의 산기슭을 어슬렁거리게 돼. 그러다가 찾게 되는 건 짐승의 썩은 고기 같은 처방뿐…. 남 이야기 같지 않지? On Board에서는 여름을 맞아 유독 공부 안하고 아는 것 개코도 없는 당신을 위해 한의학의 비만 관련 처방들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설명해보기로 했어. 누가? 섬보의*에서 갓 탈출한 지현우 선생이! 우린 당신 편이라고.

 

*섬에서 일하는 공중보건의

 

 

요번에는 크게 두 처방에 대해서 살펴볼 거야. 첫 번째로는 비만처방으로 유명한 방풍통성산(防風通聖散)의 체중감량기전에 대해서 다룰 건데, 써모제네시스(thermogenesis)라고…. 물론 모르겠지…. 나도 이젠 알아. 3회쯤 되니 이제 당신이 이런 것들을 들어봤을 거라는 그런 기대 같은 게 사라졌어. 제네시스 쿠페 밖에 모르는 당신이 저런 고급 의학용어에도 익숙해졌으면 해서 알려주는 거야. 솔직히 말해 마황 말고 처방의 다른 약재들이 어떤 효과를 지녀서 체중 감량에 이바지하는지 모르잖아? 솔직히 모르지? 그치? 찾아본 적은 있냐? 식욕억제와 약자체의 효과 중 뭐가 진짜 체중감량기전일까? 어떤 환자군에게 방풍통성산을 사용하는 게 적합할까?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 좀 하고 살자는 거야.

 

두 번째로 다룰 처방은 억간산(抑肝散)이야. 그래 신경증이나 치매, 불안 등에 자주 사용되는 바로 그 억간산 말이지. 비만에 뜬금없이 웬 억간산이냐고? 그 이유는 있다가 차츰차츰 알아보자.

 

요번 호는 좀 내용이 길다. 그럼 시작할게!

 

 

 

모두들 알다시피 일본에서 비만환자에게 가장 많이 처방하는 약은 바로 ‘방풍통성산’이야. 우리에게 잘 알려진 ‘쯔무라’나 ‘크라시에’ 같은 한방제약회사 외에도 고바야시 제약에서는 ‘나이시톨’이란 이름으로, 또 로토제약에서는 ‘와칸센’이란 이름으로 방풍통성산을 상품화했지. 또 우리나라에서도 ‘살사라진’이란 제품명으로 출시되어 있는데 들어본 적이 있을 거야. 재미난 건 인터넷 등에서 양방의사들도 비만치료를 위해 나이시톨이나 와칸센을 추천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는 거야. 망할 ㅠㅠ. 방풍통성산은 명백히 한약인데 말이야. 하여튼 이놈의 업종에 배타적 면허권이란 건 없는 것 같아. 아갑자기 또 속에서 열불이 끓어오른다. 퐈이아~!

 

다양한 종류의 방풍통성산 제제. 3번째 거 김치 아니다.

 

방풍통성산은 어깨 결림과 두통과 같은 고혈압 수반증상을 동반한 변비 경향의 비만자가 복진 시 복부긴장이 높을 때 투여하라고 명시되어 있어. 하지만 우리가 한의사로서 체중 감량 시 방풍통성산의 우위를 주장하려면 이 정도만 알아서는 곤란하겠지? 그래서 방풍통성산에 대한 연구 자료를 찾아보게 되었어.

 

먼저 볼 자료는 논문은 아니고 〈Science of Kampo View〉 시리즈 중 ‘Metabolic syndrome, SAS에 대한 방풍통성산의 개선효과’라는 정리물이야. 요 시리즈가 그림이 많아서 우리 같은 활자 울렁증 환자들이 보기에 참 보기가 좋다고. SAS는 니가 아는 그 ‘싸스’ 아니다. 그 싸스는 SARS(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고 이건 수면 무호흡 증후군(Sleep Apnea Syndrome)의 약자여. 원래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들에서 수면 무호흡 증후군이 잘 발생하잖아. (이번 호에서 이 부분은 자세히 다루지 않을 거야.)

 

이 자료에서는 방풍통성산의 주된 체중감량기전은 thermogenesis라고 정의하며, 방풍통성산이 갈색지방에서의 열 생산을 늘리고 중성지방합성을 저해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 여기서 잠깐! 지방이 뭔 갈색이냐고? 삼겹살 태웠을 때 지방 그을린 거 떠올리며 ‘역시 지방은 갈색이지.’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지? ‘진짜 그렇게 생각한 사람 있다.’에 오전 매출 건다. 이제부터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잘 따라와. 기초지식부터 차근차근 알려줄게.

 

 

지방세포의 종류

 

우선 지방에는 백색지방과 갈색지방이 있어. 백색지방이 우리가 흔히 지방이라 말하는 그 지방이야. 그래 아까 생각한 삼겹살과 우리 배때지를 기름지게 꽉 채우고 있는 바로 그 기름 말이여. 인체는 에너지를 중성지방으로 변환해 지방세포에 저장해두었다가 필요할 때 다시 에너지로 바꾸어 사용하기도 하고, 그 지방 자체를 체온 유지와 충격보호 패드로 사용하기도 해. 당신이 너무 많이 가지고 있어서 그렇지 백색지방 역시 인체에 꼭 필요한 조직이야.

 

반면 갈색지방은 백색지방처럼 에너지를 저장하기보다는 열을 발산해 체온을 유지하고 추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작동하는 조직이야. 갈색지방은 비상사태에 대비해 직접 많은 열을 생산해 내는 기관이기 때문에 체온 조절이 불리한 신생아나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에게 많아. 원래 갈색지방은 신생아에게 있다가 어른이 된 후에는 소멸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어. 하지만 ‘더 이상 최근이 아닌’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갈색지방은 성인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어. 아기들의 총 지방 중 1/3 정도를 차지하던 갈색지방이 성인이 되면서 1/10 정도로 줄어들면서 지방 경계 부분과 백색지방세포에도 흩어져 분포하게 되는데, 중요한 건 이것이 체중감량에 있어서 핵심적 매개 역할을 한다는 것이지.

 

자, 그럼 본격적으로 살펴보자고! 이 자료에서는 방풍통성산의 체중감량기전을 크게 3가지로 나눠서 설명하고 있어.

 

 

1. 마황의 교감신경항진으로 인한 식욕억제



다들 알다시피 마황의 에페드린 성분이 교감신경을 항진시키기 때문에 식욕이 억제되는 측면이 있어. 설마 이것도 모르면 너 진짜 손모가지 날아간다잉. 이 머리까지 지방만 찬 쉑쉑버거야. 응. 중학교, 고등학교 생물시간에 다 배우잖아. 이건 과감히 패스한다. 이거 설명하는데까지 지면을 할애하면 나무에게 너무 미안하니까.

 

 

2. Thermogenesis



이게 핵심이여. 빨간 줄 긋고 별표 열 개. 아까부터 주구장창 이야기 했던 thermogenesis. 그러니까 ‘열(thermo)’을 ‘새로 만들어낸다(genesis)’는 건데, 쉽게 얘기해서 신진대사를 항진시켜서 소비 칼로리를 높인다는 것이지. 뭐 더 어렵다고?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 모지리들아.

 

마황의 노르에피네프린 분비 촉진 작용으로 인해 지방세포 표면에 있는 adrenalin β-receptor가 자극을 받으면 세포 내 cyclic AMP를 항진시키게 돼. 그러면 갈색지방에서는 열 생산을 일으키고, 백색지방에서는 지방분해를 일으키게 되는데, 자네는 분명 cyclic AMP가 뭔지 모를 것이여. 고리형 아데노신 일인산(cyclic Adenosine MonoPhosphate)이 풀네임인 이 친구는 2차 신호전달자의 일종인데, 세포막을 통과할 수 없는 에피네프린이나 글루카곤 등의 신호를 세포 내로 전달하는 역할을 해. 세포 표면의 수용체에 결합한 호르몬이나 성장인자들의 신호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들을 second messenger, 그러니까 2차 신호전달자라고 하는데 cyclic AMP는 그중 대표적인 녀석이지. 도저히 못 알아듣고 잠이 오기 시작하는 닝겐들을 위해 내가 그림을 준비해봤어.

 

봐도 모르겠지만, 에피네프린이 Cyclic AMP를 작동시키기까지….

 

고작 이거 이해했다고 뿌듯해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여기까지는 에페드린, 아드레날린, 성이 온(溫)한 마황 이런 거 생각하면 누구나 쉽게 납득할 만하다고. 그런데 굉장히 흥미로운 사실이 있어. 보통 전통적으로 성질이 차갑다고 여기는 형개(荊芥), 연교(連翹) 등이 에너지 대사 상승에 일조한다는 사실이지. 방풍통성산에 포함되어 있는 형개, 연교, 감초(甘草)에는 포스포디에스테라제(PhosphoDiEsterase, PDE)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데, 이 PDE가 뭐냐면 cAMP를 중지시키는 단백질이야! 뭐가 놀라운지도 아직 모르고 있을 거야? 아까 cAMP가 신호를 증폭해서 지방을 막 녹이면서 열을 만드는 애라고 했잖아. 형개, 연교, 감초 얘네는 이걸 차단시키는 PDE를 조져가지고 cAMP가 오랫동안 활동하게 만드는 신기방기한 기전을 통해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이여. 콜라보레이션 죽이지 않냐? 일반적으로 cAMP는 PDE에 의해 몇 초 내에 분해되는데, 감초, 형개, 연교의 PDE 억제 작용으로 인해 cAMP 활성화가 수분에서 30분 정도까지 지속된다고 해. 사실 다른 비유를 들고 싶지만 이렇게 비유해볼게. 니가 운동장을 빨리, 졸라 빨리 전속력으로 뛰면 한 바퀴 뛸까 말까겠지만 천천히 걸으면 졸라 많이 돌 수 있지 않겠어? 그런 이치여. 이렇게 군약(君藥)의 성미와 상반되는 약을 같이 배합하여 치료 작용을 일으키는 것을 반좌(反佐)라고 한단다.

 

 

봐도 모를 테지만, PDE와 cAMP의 관계 모식도

 

여태까지 내용을 정리해보면 마황에 의한 thermogenesis 촉발과 형개, 연교, 감초로 인한 thermogenesis 유지효과로 갈색지방세포에서 열을 생산시키고, 그 결과로 중성지방의 합성을 저해시키고 중성지방자체도 분해시킨다고 설명할 수 있지. 그들은 마황 + 형개, 연교, 감초의 체중감량기전을 더 명확히 하기 위해서 쥐 실험도 실시했어. 비만 쥐를 만들어놓고 한쪽 그룹에는 마황추출물만을 투여하고 한쪽 그룹에는 방풍통성산의 주요성분이라고 생각했던 마황, 형개, 연교, 감초 추출물을 먹였지. 방풍통성산의 체중감량효과를 100이라고 쳤을 때, 마황 단일 약제 추출물은 방풍통성산 70% 수준의 체중감소효과를 나타냈고, 마황 + 형개, 연교, 감초 복합추출물 투여군에서는 거의 100%의 체중감소효과를 보여주었다고 해. 즉 이 실험에서는 체중감량효과와 관련된 방풍통성산의 가장 중요한 구성 약물을 마황, 형개, 연교, 감초라고 판단 내리고 있는 셈이지. 어쨌든 이것이 thermogenesis인데, 딱 이쯤에서 끝내면 좋겠지만 On Board가 계간지이다 보니 좀 호흡이 길어. 다음에 소개할 논문은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방풍통성산의 체중감량기전에 대해 밝히고 있지. 이거닷!

 

 

이 논문의 저자들은 마황제 다이어트약 부작용으로 인한 여러 사건 등으로 인해 한방 다이어트약의 자리가 위협받자 방풍통성산의 안정성과 그 치료기전을 밝히기 위해 실험을 하게 되었어. 127명의 비만환자에게 방풍통성산을 일괄투여하고 그중 6개월간 방풍통성산을 지속적으로 복용한 33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였지. 노파심에 말하지만 혹시 누군가 방풍통선산을 3개월 이상 복용하려고 들면 간수치 체크해가면서 하라고. 당신은 지지리 운이 없는 사람이니까 안전한 약이라도 꼭 조심하면서 써야 돼.

 

 

한의사인 우리가 이 논문을 볼 때 재밌는 점은 다음 3가지야.

 

1. 방풍통성산 복증과 투여기간, 부작용의 관련성



방풍통성산의 복증(腹證)은 복부긴장이 높은 것이 특징이야. 실험에서는 모든 환자에게 일괄적으로 방풍통성산을 주고 복부의 긴장을 1(매우약함)~5(매우강함) 단계로 나누어서 환자들 별로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어. 그 결과가 바로 아래 표야.

 

 

표 1. 6개월 이상 방풍통성산을 복용한 환자들 간의 복부 긴장도 비교와 부작용으로 인해 복용을 중단한 환자 수

 

표를 보면 6개월 이상 방풍통성산을 복용하였던 33명 중 복부긴장도 strong(4단계), strongest(5단계)에 해당하는 사람이 합쳐서 23명으로 2/3을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꼬얌. 바꾸어 말하면 복부긴장도가 약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애초에 방풍통성산을 오랫동안 복용하기 원치 않았다는 거지. 그리고 부작용이 나타난 환자들 또한 복부 긴장도가 약하거나 중간 정도 단계인 환자가 대부분인 것으로 보아 복진 시 복부압력이 강할수록 사이드가 덜 난다는 것도 알 수 있지. 그러니까 방풍통성산을 처방하기 전에 반드시 복력을 체크해 보는 게 좋겠어. 뭐 엄청난 부작용은 아니었고, 대부분 부작용은 복통과 설사였다는데, 약복용 중지 시 바로 부작용이 사라졌다고 해. 한약이 안전하잖어.

 

 

 

2. 방풍통성산의 체중감량 효과는 Thermogenesis? 식욕억제?

 

 

표 2. 식이제한 여부와 식욕 변화 따른 실험군의 특징 비교 (mean±SE)

 

그렇다면 본 주제로 돌아가서 방풍통성산은 어떠한 기전으로 살을 빼주는 걸까? 정말 thermogenesis 효과가 강할까?

 

보기엔 좀 눈알이 아프겠지만, 위의 표가 재밌는 사실을 보여줘. 체중계 숫자판도 안 보이는 당신이 이 논문의 숫자를 볼 거란 생각이 안 들어서 빼려다가 일일이 타이핑해보았어. 그니까 좀 읽어봐주라.

 

방풍통성산을 6개월 동안 복용한 환자군 중 식이제한을 실시한 그룹은 무려 평균 -4.5㎏을 감량한 것을 볼 수 있어. 반면에 식이제한을 하지 않은 그룹의 감량 정도는 -0.8㎏에 그쳤어. 헐! 또한 똑같이 방풍통성산 복용환자 중에서도 식욕이 감소한 경우와 그대로인 경우가 있어. 17명은 방풍통성산을 복용했음에도 식욕이 그대로였고 16명은 방풍통성산을 복용해서 식욕이 줄었어. 식욕이 감소한 그룹은 6개월 후 평균 -4.8㎏이 감소된 반면, 식욕이 변화하지 않은 그룹은 -1.4㎏밖에 줄지 않았지. 결국 모두 동일하게 방풍통성산을 투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식욕억제 여부와 식이제한 여부에 따라 체중감량 결과에 현저한 차이가 나타난 거야. 뭐 놀랄 건 없어. 너무 당연한 결과잖아. 그렇지만 방풍통성산이 단지 thermogenesis 기전만으로 체중감량을 야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지.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라고 말하고 싶지? 조금 더 살펴보자.

 

3. 정신안정으로 인한 식욕억제, 대황, 산치자와 억간산

여기서 재밌는 사실 한 가지 알려줄까? 이 연구를 진행하던 중에 말이야, 방풍통성산을 투여받던 환자들 가운데 꽤 많은 수가 연구진에게 기분이 좋아졌다는 보고를 했데. Feel so good~ 사실 방풍통성산은 일본에서 우울증에 대해서도 꽤나 많이 처방되는 약이래. 연구진들은 이 부분에 흥미를 느끼고 집중하게 되지.

 

과거에도 방풍통성산을 비만에 썼겠니? 이미 원전인 《선명론(宣明論)》에는 섬망경광(譫妄驚狂)에 방풍통성산이 적용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기도 하고, 구성 중 대황(大黃)과 산치자(山梔子)가 정신을 안정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이미 나와 있어. 그래서 방풍통성산 복용자들의 기분이 좋아지고, 정신이 건강해짐에 따라 과다식욕이 줄어들어서 체중감량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지 않을까 하고 추측하고 있지.

 

 

 

하나를 들으면 열을 까먹는 너를 위해 다시 한 번 정리해준다. 내용이 많았지만 이것만 기억하라구!

 

(1) 방풍통성산의 체중감량효과는 식욕억제가 된 환자에게 효과가 좋기에 일괄적으로 처방하지 말고 방풍통성산 투여 시 식욕이 억제되는 사람에게 처방하는 것이 효과가 크다.

(2) 복진 시 복압이 높은 사람에게는 복통이나 설사 같은 부작용이 잘 나타나지 않기에 복진 후 복부 긴장도가 높은 사람에게만 방풍통성산을 처방하는 것이 좋다.

 

또 우리가 그림으로도 멋지게 정리해보았다. 이런 그림 하나 만들려면 돈이 5만원씩 들어요. 이거 다 돈으로 만드는 거야. 그니까 제발 좀 읽어주길 바라.

 

 

방풍통성산의 체중감량기전

 

 

정말 이렇게 딱 끝나면 좋을 타이밍인데… 지 선생 어쩌자고 이렇게 열심히 준비한 거야. 하나 더 남았다. 아까 억간산 이야기한다고 했었던 거. ‘정말 비만인들의 우울증이나 정신을 안정시키면 식욕이 줄어서 살이 빠질까?’ 이게 궁금해서 지 선생이 찾아보니까 생뚱맞게 억간산을 이용해 비만을 관리한 연구가 있었대. ‘이노성(易怒性) 과식형 비만환자에 대한 억간산의 효과’정도로 번역 가능한 논문이야. 꽤 신선하고 재미있을 거야. 정신 바짝 차리고 다시 꾸역꾸역 읽어보자고.

 

 

여기서 이야기하는 ‘이노성(易怒性)’이란 억간산의 투여지표 중 하나로 심리검사상 애매한 자극을 부정적으로 쉽게 받아들이는 예민한 성격, 즉 분노를 쉽게 느끼는 성격을 말해. 화가 난다 화가 나!!!

 

그런데 억간산을 비만에 이용한다니 신선하지 않아? 난 엄청 신선했는데… 아님 말구. 억간산이 치매의 BPSD(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 분노, 간울(肝鬱) 상황, 아토피 환자의 소파(搔爬) 방지 등에 처방된다는 것은 다들 알 거야. 뭐? 억간산도 첨 들어본다고? 아이고 이 화상아. 내가 너랑 무슨 말을 하냐. 하여튼 그러니까 찰떡같이 알아들어. 허를 찌르고 비만에 억간산을 적용해본 연구가 몇 개 있더라구. 이 논문 이전에 연구진들은 비만수술(Bariatric surgery)까지 받았지만 도로 살이 찐 비만환자에게 억간산을 투여해서 체중감량을 한 케이스를 보고한 바 있어. 수술까지 했는데 다시 살이 찐 환자를 꼴랑 억간산 써서 살을 빼놓았으니 연구진들이 억간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지. 그래서 연구진들은 유명한 다이어트약인 양약식욕억제제 마진돌, 한방 다이어트 대표처방 방풍통성산, 그리고 새로운 다크호스 억간산의 효과를 비교하기로 마음먹었지.

 

뭔가 돈이 많이 남아 떨어질 것 같은 이름의 약

 

여담이지만 이러한 창의성 넘치는 연구들이 많다는 것 때문에 지 선생이 일본 논문과 자료에 집착하는 거래. 오령산(五苓散)을 경막하혈종에 써보는 아이디어, 장폐색을 방지하기 위해 소화관 수술 후에 대건중탕(大建中湯)을 적용하는 시도 등 일본의사들의 실험정신이나 창의성은 본받을 만하다고 생각해. 이제 동영상만 일본 것을 찾지 말고 논문도 일본 것을 찾아 읽어보자. 므흣.

 

그리하여 이 연구에서는 총 107명을 대상으로 29명에게는 마진돌, 20명에게는 방풍통성산, 11명에게는 억간산을 3개월간 투여해서 체중, 혈당, BMI 등을 비교해보았어. 물론 아무에게나 억간산을 준 것은 아니고 이노성(易怒性)이라는 투약 기준을 갖추고 있으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화가 나서 폭식을 하는 환자군을 대상으로 했지. 다양한 지표를 분석한 표가 논문에 있는데. 아오~ 이건 도저히 다 타이핑 못 하겠다. 중요한 것만 몇 개 볼게.

 

표 3. 3개월 투약 후 마진돌군, 방풍통성산군, 억간산군 당뇨환자의 체중 및 혈당 변화

 

당뇨 환자를 마진돌군, 방풍통성산군, 억간산군의 3그룹으로 나누어 3개월간 해당 처방을 투여했는데, 보라구. 억간산 투여군의 체중감량폭이 의외로 마진돌군에 비해 크게 밀리지 않는다니까. 게다가 마진돌은 체중감량치에 비해서 혈당개선 효과가 그다지 시원찮아. 마진돌의 체중 감소 효과는 카테콜아민의 재흡수 저해 작용을 통해 나타나거든. 에피네프린, 노르에피네프린 이런 애들이 카테콜아민의 일종이거든. 응, 맞아. 교감신경이 각성되면서 식욕억제가 일어나는거지. 근데 이런 스트레스 호르몬들은 혈당을 높이는 역할도 하잖아. 아마도 마진돌이 혈당을 크게 감소시키지 못하는 것은 증강된 카테콜아민이 당대사에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

 

다음은 당뇨 환자 말고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한 각 약제별 3개월 후 변화측정표야. 역시 다 타이핑하면 귀찮은 관계로 필요한 부분만 쳤다. (사실은 이것도 귀찮았어.) 체중은 역시 양약인 마진돌이 가장 많이 빼주었지만, 억간산도 평균 -1.06㎏ 감량으로 나쁘지 않다고. 의외로 비만 처방으로 유명한 방풍통성산이 -0.43㎏ 감량으로 기대에 못 미치고 있지. 앞선 논문에서도 밝혔듯이 복용을 통해 식욕억제가 이루어진 환자 그룹에서만 방풍통성산이 뛰어난 효과를 보이는 것이라고 봐야 해. 날카로운 매의 눈을 가진 이들에게는 억간산의 놀라운 혈당 개선효과가 눈에 띌 테지만 편차가 너무 커서 큰 의의는 없대.

 

표 4. 표 제목 다는 것도 일이구만. 위에 설명했다.

 

 

지방만 가득한 너의 뇌에 경종이 울리고 있는지 모르겠어. 이처럼 억간산이 비만환자에게 효과가 좋았다는 것은 비만이 단지 음식과다섭취로 인한 에너지 균형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지. 결국 마인드를 컨트롤하지 못하면 다이어트는 필패라고. ‘환자의 성격’과 ‘정신적 불안정’이 사람을 과식에 빠지게 만든다는 것, 기억하라고. 이번 호 기사는 다이어트 처방하면 무조건 마황만 떠올리는 일부 장사꾼들의 뇌에 스크래치를 긁기 위해 준비해보았어. 찔리면 지는거다. 사람 나고 처방 있는 거지, 무조건 처방에 사람 끼워 맞추는 거 아니다. 그것이 바로 한의학의 스피릿이쥐!!! 임상 하다보면 바쁠 때도 많겠지만 항상 잊지 말라고. 2회차 만에 내 욕 스킬의 한계를 느낀다. 다음엔 찰진 욕을 좀 더 연마해서 돌아올게. 날 더울 텐데 몸들 잘 챙기라구. 피스~!

 

 

글_지현우

욕 featuring_은하수별

 

 

참고문헌

1. メタボリックシンドローム・SASに對する防風通聖散の改善効果. 漢方醫學. 2013; 37(1): 38-41.

2. 伊藤 隆, 仙田 晶子, 井上 博喜, 等. 日本東洋醫學雜誌. 2005; 56(6): 933-9.

3. 大平 征宏, 齋木 厚人, 山口 崇, 等. 易怒性から過食する肥満患者における抑肝散の有用性に関する檢討(後ろ向き研究). 日本東洋醫學雜誌. 2015; 66(3):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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