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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linic우리 藥 바루기
    • 2025.04.14
    • 조회수 46
  • 2025.04.14 조회수 46

우리 藥 바루기

 

① 통초(通草)와 위품 문제

 

 

 

 

작년 통초(通草) 위품(僞品) 문제가 한의계 이슈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통초의 위품인 관목통(關木通)이 통초로 둔갑하여 유통되었기 때문입니다. 2016년 10월에는 “젖 잘 나오게 하는 약”이라고 한약방에서 통초 대신 관목통을 불법적으로 투여하여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어떤 통초를 써야 하는지, 통초의 위품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본 지면을 통해 알아볼까 합니다.

 

 

통초에 대해

 

청열이뇨(淸熱利尿), 통기하유(通氣下乳)의 효능을 가진 통초는 산후에 젖이 잘 안 나올 때 다용(多用)하는 방제, 통유탕(通乳湯)의 구성 약재 중 하나입니다. 통초는 외형이 수수깡처럼 생긴 것이 특징입니다.

 

《대한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과 《중국약전》에서 모두 통초를 두릅나무과(Araliaceae) 통탈목(Tetrapanax papyriferus K.Koch) 줄기의 수질부(莖髓)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통초는 지름이 1~3cm 정도로, 통초의 위품 혹은 대용품으로 유통되는 소통초에 비해서 큰 편이며 중간이 약간 비어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더 명확히 알 수 있는데, 약재의 중간에 반투명한 막이 있으며 약간 비어 보이는 것이 통초의 특징입니다.

 

 

통초의 성상

 

 

통초와 소통초의 비교

 

 

통초의 위품에 대해

 

현재 통초의 위품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바로 소통초와 목통과 목통근(으름덩굴), 그리고 관목통입니다. 그것들의 특징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01 소통초

 

소통초는 말 그대로 통초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크기가 작습니다. 통초의 대용품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지만, 《대한약전》, 《대한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에는 수록되지 않은 품목입니다.

 

소통초는 《중국약전》에 통조화과(정절화과(旌節花科)) 식물 서역정절화(희마산정절화(喜馬山旌節花. Stachyurus himalaicus Hook.f. et Thoms.)), 중국정절화(中國旌節花, Stachyurus chinensis Franch.) 또는 층층나무과(산수유과(山茱萸科)) 식물 청협엽(靑莢葉. Helwingia japonica (Thunb.) Dietr.)의 경수(莖髓)를 말린 것으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소통초는 통초보다 지름이 작으며 중앙에 비어있는 부분이 없습니다. 효능이 청열(淸熱), 이뇨(利尿), 하유(下乳)로 통초와 비슷한 데다 모양도 비슷하게 생겨서 대용품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만, 소통초를 통초로 사용해도 되는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현재 통초로 유통되고 있는 품목의 대부분이 소통초일 것으로 생각되는데, 우리나라 공정서에 수재되지 않은 품목이라는 점은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02 목통(木通), 목통근(木通根)

 

통초의 위품으로 국내에서 다량 유통되는 것이 으름덩굴, 즉 목통입니다. 사실 목통의 경우에는 통초의 위품이라기보다는 기원과 효능이 다른 별개의 식물입니다. 예부터 소장의 열을 꺼주는 효능이 있다 하여 도적산(導赤散) 등 다양한 처방에 목통이 사용되어 왔습니다. 송대 이전의 본초서(本草書)에서는 목통을 통초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었고,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도 목통과 통초를 구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명칭의 혼재가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으름덩굴의 줄기를 목통, 뿌리를 통초로 부르는 잘못된 관행까지 더해져 현재까지 통초의 위품으로 목통이 유통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한약전》에서는 목통을 으름덩굴과(Lardizabalaceae) 으름덩굴(Akebia quinata Decaisne)의 줄기로서 주피(周皮)를 제거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으름덩굴의 줄기인 목통뿐만 아니라 기원(基源)에 부합하지 않는 으름덩굴의 뿌리도 유통되고 있습니다.

 

 


 

목통(위)과 목통근(아래)의 비교

 

다음은 목통과 목통근의 사진입니다. 목통은 으름덩굴의 줄기로 현재 공정서에 기재되어 있지만 목통근은 공정서에 기재되지 않은 품목입니다. 통초와는 목질부의 차이로 확연하게 구분이 가능합니다. 통초가 청열이수(淸熱利水)하는 효능이 있는 반면, 목통은 거풍습(祛風濕)하는 효능이 있으므로 두 약재를 구분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03 관목통

 

다음은 문제의 약재, 관목통입니다.

 

사실 소통초나 목통의 경우 통초의 위품 내지는 대용품으로 ‘효과가 다르거나 잘 안 맞을 수 있다.’ 정도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관목통은 이러한 차원의 문제를 한참 넘어서는 품목입니다. 통초의 위품 중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약재가 바로 관목통입니다.

 

관목통은 방울풀과(Aristolochiaceae) 등칡(Aristolochia manshuriensis Komar.)의 덩굴줄기입니다. 방울풀과는 마두령과(馬兜鈴科)라고도 불리는데, 이 식물들에 함유된 아리스톨로킥산(aristolochic acid)은 만성 신부전, 세뇨관 간질 섬유화, 요로 상피암을 야기할 수 있는 독성 물질이기 때문에 이미 약 10여 년 전 퇴출당한 품목입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광방기(廣防己), 마두령(馬兜鈴) 역시 사용해서는 안 되는 약재이지요. 대한한의사협회는 이미 2014년 공문을 통해 식약처에 이와 같은 약재들의 관리·감독 강화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관목통이 통초와 헷갈릴 일은 적지만 목통과 비슷하게 생겨 주의해야 합니다. 목통의 경우 바깥쪽 목부와 안쪽 도관부가 색이 확연하게 다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 관목통의 경우에는 내부와 외부 구분이 모호합니다. 또한 관목통은 목통과 비교해볼 때 내부의 도관이 거미줄 모양으로 가지런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목통의 주피가 제거되었을 때입니다. 이때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는다면 목통인지 관목통이 섞여 들어갔는지 제대로 확인하기 힘듭니다.



목통(위)과 관목통(아래)의 단면 비교

 

 

왜 통초는 이렇게 위품 문제가 많아졌는가

 

계속해서 통초 위품 문제가 불거져 나오는 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습니다.

 

우선 의서(醫書)에서 통초와 목통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과거 문헌에는 통초라는 약명 아래 목통에 대한 설명을 적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명대(明代)에 이르러서야 목통과 통초를 구분하기 시작했고, 고방(古方)에 통초라고 기재된 약재는 실제로는 지금의 목통입니다.

 

두 번째는 산지(産地) 문제입니다. 통초, 즉 통탈목은 우리나라에서 잘 자라지 않았습니다. 통초는 중국 대부분에서 자생(自生)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만 자생합니다. 이에 반해 목통의 기원식물인 으름덩굴은 중국 각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도 자생하는 식물입니다. 따라서 구하기 힘든 통초 대신에 목통을 사용하거나, 혹은 으름덩굴의 줄기는 목통, 뿌리는 통초로 잘못 사용해오던 관행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입니다.

 

세 번째로 통초의 수입이 힘든 것이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명확한 근거는 없습니다만, 통초의 경우 다른 한약재들에 비해서 카드뮴 함량이 높게 나오며, 때문에 우리나라 공정서의 기준을 만족시키기 힘들어 수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결과 통초의 가격이 상승하게 되었고, 일부 악덕업자들이 유통되어서는 안 될 관목통을 위품으로 유통시키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 그로 인해 소통초를 수입해서 판매하거나, 혹은 구하기 쉬운 목통의 줄기를 판매했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통초와 위품 문제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만약 유통 업체와 원외탕전 업체의 잘못으로 인해 의료사고가 발생한다면 한의사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유사한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은 (한의사는) 스스로 조제하는 경우와 동일하게 올바른 한약재가 사용됐는지를 검수하고 제대로 점검할 의무가 있는데 이런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올바른 처방을 내리기 위해서도 많은 고민을 해야겠지만, 올바른 약재 사용과 품질 확인을 위해서도 늘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통초를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한 팁


1. 통초는 수수깡 모양으로 생겼습니다. 그리고 소통초와 비교하면 크기가 크고 중간이 흰 불투명한 막이 있고 약간 비어있습니다. 목질부 약재가 온 것이면 통초가 아닙니다.

2. 고방 통초로 기재된 것은 실제 목통입니다. 고방을 사용하시는 분들이라면 목통을 사용하면 됩니다.

3. 관목통은 통초와는 생김새가 확연히 달라 구분이 잘됩니다. 목통과도 주피의 유무, 그리고 도관의 모양 등으로 구분이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간혹 악덕업자들이 목통에 관목통을 섞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한번 살펴보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4. 원외탕전을 이용하는 경우라면 해당 약재가 들어간 약을 처방할 경우 반드시 약재 사진 등을 확인합시다.

 

 

《본초감별도감》 내(內) 약재 사진 이용을 허락해 주신 한국한의학연구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본초감별도감 제1권 / 제2권


 

글_조현석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졸

대한한의사협회 약무위원회 산하 약무교육자료편찬 소위원회 위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임상정보서비스 한약재 파트 자료검토 한의사

일본동양의학회 특별회원

미앤네이처 한의원 명동점 대표원장

편집저서. 〈한눈에 보는 약무매뉴얼〉

 

참고자료

1. 본초감별도감 편찬위원회. 본초감별도감. 제1권. 대전: 한국한의학연구원; 2014.

2. 본초감별도감 편찬위원회. 본초감별도감. 제2권. 대전: 한국한의학연구원; 2015.

3.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한약재관능검사해설서. 청주: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2013.

4. Stiborova M, Frei E, Schmeiser HH. Biotransformation enzymes in development of renal injury and urothelial cancer caused by aristolochic acid. Kidney Int. 2008; 73(11): 1209-11.

5. 김춘호. “관목통이 통초로 둔갑된 것은 식약처 관리감독 소홀” [인터넷]. 서울: 민족의학신문; 2016년 2월 15일 [인용일 2017년 4월 1일]. 참조: http://www.mjmedi.com/news/articleView.html?idxno=30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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